글로벌 '쩐'의 전쟁 벌어지는데…출렁이는 환율에 '돈줄' 끊긴 韓국부펀드

입력 2024-01-07 17:50   수정 2024-01-07 19:32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에 대한 정부의 운용자금 위탁이 지난 해부터 사실상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방어를 외환당국이 달러를 풀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하고 재정 부족으로 외평기금도 줄어든 까닭이다. 원유 등 자원개발 이익이나 재정을 투입하며 세계의 ‘알짜’ 자산 투자에 나선 경쟁 국부펀드들과 달리 출렁이는 환율에 따라 ‘돈줄’이 흔들리면서 국제 무대에서의 KIC의 경쟁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이후 신규 위탁 사실상 ‘0’
7일 기획재정부와 KIC에 따르면 2022년과 2023년 2년 동안 KIC의 신규 위탁액은 5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KIC는 2005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신규 위탁을 한 푼도 못 받았다. 기재부가 작년 11월 일본과의 관계 회복 차원에서 발행한 엔화표시 외평채로 조달한 700억엔(5억달러)를 맡긴 것을 빼면 2년 연속 ‘돈줄’이 끊긴 셈이다.

KIC에 대한 위탁 규모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였던 2016년을 기점으로 점점 줄고 있다. 출범 초창기인 노무현 정부(2006~2007년) 148억 달러를 시작으로 이명박 정부(2008~2012년)와 박근혜 정부(2013~2016년)는 각각 352억달러, 450억달러를 위탁하며 위탁 규모를 빠르게 불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2017~2021년) 들어 위탁 규모가 221억 달러로 꺾인 뒤, 윤석열 정부 들어선 거의 끊어졌다.

지난 해부터 추가 위탁이 끊긴 이유는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를 풀면서 KIC의 재원인 외환보유고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KIC는 한국투자공사법에 따라 기재부와 한은으로부터 보유 외화를 위탁받아 운용한다.

2022년 2~3분기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 한국의 기준 금리가 역전되고 환율이 1400원대 중반으로 치솟자 정부는 330억달러를 매도하며 원화 가치 방어에 나섰다. 정부가 2021년 6월부터 올 6월 말까지 2년간 환율 방어에 쏟아 부은 달러만 680억달러에 달한다. 그 결과 2021년 12월말 4631억달러에 달했던 외환보유액은 작년 말 4201억5000만달러로 400억달러 이상 줄었다.

지난해 재정 부족도 한 원인이 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세수 부족분을 벌충하고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평기금에서 20조원을 끌어다 재정에 투입했다. 한은이 보유한 외환보유액과 기재부의 외평기금이란 두 돈줄이 마른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 내에서 신규 위탁을 통해 국부펀드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공감대는 크다”면서도 “최근 2년 간은 강달러 흐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불확실성이 워낙 커 외환보유고에서 일부라도 빼내 위탁할 여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제 규모는 싱가포르 3배 넘는데 국부펀드는 6분의1
금융투자업계에선 환율과 정권에 따라 불안정한 위탁 구조가 국제 무대에서의 KIC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것이 목표인 국부펀드와 연기금에게 꾸준한 신규 위탁금 확보는 수익률을 높이기 주요 요소로 꼽힌다. 만기가 도래한 자산을 재투자하는 것을 넘어 새롭게 쌓인 ‘종잣돈’으로 해당 시점에 저평가된 자산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중장기적으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KIC 관계자는 “새로 투자할 ‘실탄’이 많은 곳에 우량 투자건이 몰리는 ‘규모의 경제’ 효과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간 KIC의 실적은 유사 국내외 연기금·국부펀드에 비해 좋다고 보긴 어렵다. KIC는 설립 이후 총 1176억달러를 위탁 받아 작년 8월 기준 1814억달러로 자산을 불렸다.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은 2022년말 기준 4.12%, 올해 기준으론 4%중후반대로 추정된다. 각 기관 기준으로 노르웨이 NBIM(5.9%)을 비롯해 싱가포르 GIC(6.9%), 테마섹(14%)등 글로벌 국부펀드들에 비해 저조한 수준이다. 해외 자산에 비해 평균 수익률이 낮은 국내 투자를 병행하는 국민연금(5.11%)보다도 수익률이 낮다.

운용 규모도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떨어진다. KIC는 지난해 기준 전 세계 국부펀드들 중에서 KIC는 13위다. 세계 1위 국부펀드 NBIM은 북해산 원유에서 나오는 ‘오일머니’를 매년 투입해 1조3790억달러를 운용한다. 한국이 ‘롤모델’로 삼는 GIC와 테마섹은 각각 7690억달러, 2280억달러로 6위, 10위다. 국내 총생산(GDP)기준으론 한국이 싱가포르의 3배가 넘지만, 국부펀드로 굴리는 돈은 6분의1(17%)에 불과한 셈이다.

일각에선 KIC 재원 확보 수단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BIM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등 중동계 국부펀드들은 석유나 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 수익을 국부펀드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GIC는 외환보유액 운용 뿐 아니라 공공연기금과 정부잉여자금을 활용한다. 그 외에도 채권 발행, 공기업 민영화 수익 등 다양한 수단이 각국 국부펀드 재원으로 투입되고 있다.

국내 연기금 관계자는 “최근 경쟁 국부펀드들은 공급망 확보, 복지 재원 마련 등 국가 차원의 과제를 뒷받침하는 전략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KIC는 외환보유액을 조금 불려주는 정도 기능만 하고 있다”며 “장기 수익률을 높이고 기능도 확장하려면 재원을 다양화해 매년 안정적으로 추가 위탁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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